.아이폰을 버리고, 차이나타운에서 아날로그 데이를 실험하다.
.여행Story. :
2011/12/20 13:27
도시에서 태어난 나는 그 소리가 얼마나 깊고 날카로운 소리인지 알 길이 없다.
마을 저수지가 추워할 만한 코끝 시린 오후에 나는 아내와 함께 인천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하필이면, 정신없이 추운 날에 바다 바람까지 달려드는 먼 곳을 찾아갔을까? 우리는 우리들의 아날로그 데이를 충분히 만끽하고 싶었다.
차이나타운 입구
우리는 삶을 편리함과 재미로 채워주는 아이폰, 아이패드, 컴퓨터와 같은 디지탈 장비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특히나,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로,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 끊임없이 LCD화면만을 바라보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를 한다며 눈 앞에 있는 상대방보다 SNS에 정신이 팔려 있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다툼이 없는 건 상대방도 게임을 하건 웹서핑을 하건, 역시나 화면 어딘가에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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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토요일 단 하루만이라도 모든 인터넷과 연결된 디지탈 장비를 언플러그(Unplug)하고 아날로그 생활로 돌아가기로 했다. 대상은 아이폰들, 아이패드, 아이맥 그리고 TV까지이다. TV를 포함시킨 이유는 인터넷이 안되면 분명히 하루종일 TV화면만 쳐다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LCD화면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삶의 가치있는 시간을 갈망했기에 이 실험을 시작한다.
#1 아날로그 데이 전야제
아날로그 데이 전날, 과연 내일 무엇을 해야할 지 약간의 패닉 상태와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러가자는 의견도 있었고, 밖에 어디라도 가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날씨가 워낙 추운탓에 선뜻 결정하기는 애매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는 하루 동안 뭘 해야할까를 고민한다는거 자체가 좀 놀라운 일이었다.
아날로그 데이를 충실하기 위해, 우리만의 Ground Rule을 정했다.
1.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과 TV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1만원 벌금
2. 집전화가 없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아이폰은 오는 전화만 받을 수 있고 다른 용도로 사용 불가
3. 인터넷 유무선 공유기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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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날로그 데이
토요일. 드디어 아날로그 데이의 시작이다.
평소 같으면, 주말 아침에 일어나 씻고 나자마자 아이맥을 켜고 하루를 시작하는데, TV도 켜지 못하고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자니, 고요한 정적이 불편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라디오를 켰다. 아내는 라디오도 꺼야한다고 했지만, 라디오는 아날로그 주파수로 오는 것이니 이건 괜찮다는 논리를 앞세워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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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음악으로 깨진 정적에서 마음이 가라 앉았다. 그리고, 눈에 띈 경제 잡지에 손이 가서 글을 읽기 시작했다. 보통 때라면 SNS, 웹서핑을 하거나 신문을 읽어도 인터넷에서 읽었을텐데, 그래도, 종이를 만지며 글을 읽는 즐거움은 인터넷과는 많이 다른 감성적인 측면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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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일어난 아내와 우리는 인천 차이나타운을 최종 목적지로 정했다. 올들어 가장 추운 날에 그것도 모자라 바다바람이 부는 인천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전철을 타고 이동하며 어디서 내려야할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룰에 따라 아이폰은 사용할 수 없었고, 전에 찾아 본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역내에 있는 지도를 살펴보았지만, 그런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기억에 남은 대로 '인천역'에 내리게 되었다.
차이나타운에서 보이는 인천 앞바다
다행인지 '인천역'내에 설치된 주변 지도에서 차이나타운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차이나타운을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차이나타운의 가게들과 중국음식점이 아니라, 구한말 중국,일본,러시아 세력들이 이곳에 자리 잡으면서 꾸며진 외국 건물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차이나타운 앞에 설치된 안내지도를 보고 어렵지 않게 내가 보고 싶었던 구한말의 외국 건물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물론 아이폰의 지도를 꺼내 보았다면 더 쉽게 찾아 다닐 수 있었겠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충분히 차이나타운의 옛모습에 흠뻑 빠져들었다.
19세기로 온듯한 중국제과 : 다른 가게보다 월병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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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건물, 일본식 건물, 서양식 건물들이 골목마다 숨어 있었다. 이곳은 마치 일본 고베에 와 있는것처럼 한국 속에 이국적인 풍경이 어우러졌다. 중간에 예전 창고 건물을 갤러리로 깔끔하게 사용하고 있는 거리를 발견하고, 그곳에 있는 한 커뮤니티 카페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의 합동 연주를 들으며 유자차 한 잔에 꽁꽁 얼어붙은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창고형 갤러리와 커뮤니티 카페
저녁시간이 다 되어, 그 많은 중국음식점중에 어디로 가야할지 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이폰의 포스퀘어를 열어보면 가볼만한 맛집을 누군가 추천해주었을텐데, 사용할 수 없으니 아쉽지만 사전 조사 없이 아무곳이나 들어갔다. 사실 어디를 들어가든 큰 차이는 없을거라 생각된다.
화려한 중국식당들과 화덕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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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적는 일은 컴퓨터에서 쓰는 것과는 달랐다. 나는 수정하느라 종이가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어서 최대한 머릿속에서 되내이고 되내이면서 정리된 생각을 종이에 적었다. 시간은 몇배로 걸렸지만,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아날로그 방식의 글쓰기에 만족했다.
차이나타운 중국제과에서 사온 포춘쿠키
http://latte4u.net #3 아날로그 데이 그 이후
아날로그 데이를 경험하고 아내와 나는 삶의 다양성과 밸런스를 찾아주기 위해, 가끔은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지나치게 LCD화면에 중독되어 있다.
물론, 아날로그 데이 그 다음 날에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웹서핑을 하고 아이맥에서 영화를 보고,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고, 밥을 먹으면서 TV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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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에 하루 정도는 인터넷에서 언플러그(Unplug)된 시간을 찾아, 아날로그 여행을 권하고 싶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숲을 그리워하듯이, 아날로그 데이는 디지탈에 중독된 마음을 정화하고 삶의 다양성을 채워주며 SNS가 아닌 눈 앞에 있는 상대방이 더 없이 소중한 하루가 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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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님글은 구독해서 보는데 첨으로 댓글을 남기는군요.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아날로그 데이에 디지털카메라가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요.. 필카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필카가 없어요. ^^ 인터넷을 언플러그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구요. 그것도 쉽지 않던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