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는 외로워.
RAH, Royal Adelaide Hospital.
왕립 애들레이드 병원, 그렇다 내가 처음 자리 잡았던 숙소는 특이하게도 병원 기숙사였다. 원래는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가족들이나 병원 간호사들을 위한 임시 숙소였는데, 외국 학생에게도 개방되어 기숙사로 사용되고 있었다.
처음 그 기숙사에 들어갔던 날은 외국생활이란게 이렇구나 싶었다. RAH 기숙사는 건물이 오래되어 어둡고 음산한 느낌이 많았다. 방안에 가구들도 오래되고, 전등, 책상 어느것 하나 세련된 것이 없었다.
공동 샤워실은 매번 아무도 없이 조용했다. 샤워할 때마다 느껴지는 습한 냉기는 샤워커튼 너머에 뭔가 숨어 있는 듯한 공포감도 일었다.
장점이라면, 바로 길건너에 어학교가 있었다는 것과 시티에 위치하고 있어서 편리하다는 점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고, 주말이 되어도 딱히 할 만한게 없었다. 혼자라는 걸 즐겨보자라는 식으로 지도를 챙겨들고 여행자처럼 Torrens River를 비롯해서, 시티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다.
백열 전등 아래에서 한 뼘도 안되는 낡은 책상에 앉아 가족들에게 안부편지를 쓰던 날 밤에도 외로움은 옆에 있었다. 외로움이라는게 뭔지 몰랐던 나에게, 그 날 부터 외로움은 단짝 친구가 된거 같다. 말이 통하기 시작해도, 친구가 생겨도, 늘 마음 한켠은 한국이 그립고 한국에 두고 온 친구, 가족들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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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몇 년이 흘러,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
나는 문득 거리에 넘치는 사람들 속에서 외로움에 둘러 싸였다.
마치, 지금 이 사람들에게는 내가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내 존재감이 투명해졌다. 내가 갑자기 죽는다고해서, 나의 죽음을 알아차릴 호주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 같았다.
그림자 처럼 나는 존재했지만, 그들 눈에는 애써 인식하지 않으려는 그림자였다.
그때 난 지독하게 외로웠다.
어둡고 음산했던 RAH 기숙사가 생각났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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