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대한 이야기.
.호주Story. :
2008/06/27 10:45
아삭하고 깔끔한 맛의 절정, 배추김치.
이런 최고의 김치만 먹다가 외국에 살다보니,
먹고 싶은것 못먹고 사는 기분을 많이 이해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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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치를 담궈 본 적이 없었다.
호주 애들레이드에 자리잡은지 보름쯤인가,
한국인 친구의 김치를 만들자는 제안에
버스를 타고 친구의 기숙사에 갔다.
Sean이라 불리던 이 친구가 나의 김치 전도사이다.
배추를 절이고, 무를 다듬고, 한번 같이 만들고 나니,
다음부터 혼자 할 수 있겠단 생각이었다.
1달러라도 아껴야하는 상황에서
집근처 한인슈퍼에서 파는 김치는 내겐 너무 비싼 사치품이었다.
그때부터 줄곧 나는 호주에서 김치를 담궈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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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아시아계 친구들에게 워낙에 인기가 높았다.
도시락 반찬으로 가져가는 날이면,
다들 김치 한번 먹어보겠다고 하는 바람에
제대로 밥을 못먹을 지경이었다.
그러다 하루는 어학교 반아이들 전체가 김치를 담궈달라는 것이었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덜덜덜.....
나 혼자 기껏 담궈봐야 2~4포기 정도 해봤는데,
어림잡아 12명이나 되는 친구들의 김치를 어찌 만들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래도 김장 재료 값은 자기들이 내겠다고 하고,
나는 외국친구들에게 재료를 씻고 다듬는 일을 지휘 감독하며,
김장을 마칠 수 있었다.
모두 각자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함께 저녁을 먹고,
저마다 손에 김치 한병씩 들고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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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에서는 기숙사를 떠나 호주인 집주인과 함께 살게 되었다.
이때에도 나의 김치 만들기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분명히 학교 갈때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김치통이 싱크대 위에 놓여 있는 거였다.
분위기상, 집주인이 내놓은게 분명했다.
기분이 무척 나빴다.
나는 이사들어가기전 분명히 김치를 만들어 먹어도 될지 물어봤었다.
안좋은 냄새가 나서 내놓은 거라면,
어찌되었든 나에게 먼저 얘기를 해야하지 않나?
말도 없이 덩그러니 팽개쳐져있는 내 김치를 보자니,
속도 상하고, 김치도 버리게 될거 같아, 너무 아까웠다.
저녁 내내 나는 김치통의 김치를 전부 기름에 들들 볶았다.
이렇게라도해서 반찬으로 써야지.
그리고, 가장 큰 변화.
나는 더 이상 김치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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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나는 김치 없는 생활에 완전히 익숙해졌다.
라면도 김치 없이 치즈와 베이컨 소세지를 반찬 삼아 잘 먹었다.
외국 살면서 무슨 김치 타령인가 싶겠지만,
나는 느끼한 외국 음식도, 한국인이 질색하는 양고기도 모두 잘 먹지만,
한국 음식도 김치도 좋아한다.
김치 없는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쉐어하는 싱가폴 친구들이 김치를 만들어 달라고 조르기 시작...
또 다시 김치를 담궜다......
어느 날 집에 와보니,
신라면에 배추김치를 얹어 제대로 먹고 있는 싱가폴 친구.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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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추김치보다 총각김치를 좋아한다.
그런데, 알타리를 팔지 않아, 담궈 먹을 수가 없었다.
멜번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던 때.
나는 김치 담그는 것이 귀찮고 피곤해서
사치스럽다던 한인슈퍼 김치를 사다먹기 시작했다.
게다가 총각김치까지 파니, 안사먹을래야 안사먹을수가 없겠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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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김치는 흔한 음식이고,
어느 식당에서나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주지만,
호주에선 추가 접시당 돈을 받고,
마음 편히 먹을 수 없다.
가끔은 김치에 한이 맺혀서 그런지,
맛있는 김치를 맛보면 잔뜩 쌓아놓고 마음껏 먹고 싶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건,
지금 집에 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말하고 쪼르륵 달려가도 되지만,
이번 주말은 아주 오랫만에 호주식 김치를 담굴 계획이다.
예전처럼 잘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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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될꺼에요. 화이팅
^^ 네.. 아주 잘되서 아내하고 벌써 다 먹고,
지난 주에 새로 또 담궜답니다.. ^^
제가 설렁설렁 만든게 꽤 먹을만하니..
아내도 신기해하는듯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