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17년 2월 1일 수요일

.호주 IT이민자의 애환:: 1. 초기 정착.

뛰어난 자연 환경과 평화로운 호주의 일상 뒤에 놓인 IT이민자의 애환을 이야기 하고 싶다.

한국에서 대기업에 소속되어 좋은 직장이라면 좋다고 할 만한 곳을 10년 넘게 다니다가
개인적인 이유로 한국을 떠나 호주로 오게 되었다.

아무리 젊은 시절 유학생활을 한 곳 이었지만,
아내와 어린 아기를 데리고 이민을 와서 산다는건 현실적으로 너무나 달랐다.

임시숙소에서 지내면서 렌트 할 집을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해외 이삿짐까지 항구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집을 못구해서 하루 하루 받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짐 보관료도 하루 하루 쌓여갔다.)
결국 집은 구하게 되었지만, 그때의 그 심정은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어린 아기 덕분에, 필요한 것을 사고 몇달을 정신이 하나도 없이 보낼 지경이었다.
아기가 아파서 야간에 호주 병원 응급실을 몇번을 달려 갔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력서를 준비하고 취업시장에 뛰어들어가보니, 암담했다.
한국에서 마지막 몇년간 PM과 BA를 하던 경력은 이곳 호주의 IT개발자 스펙에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더우기, 한국 금융권에서 많이 쓰는 Oracle DB, Oracle Pro*C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었다.
Java경력도 5년정도 있었지만, 사실 사용한지 오래전이라 이 역시 일자리를 구하기란 역부족이었다.
호주 IT트랜드가 한국과 사뭇 다른 점도 한 몫했다.
몇번의 기회가 오기는 했지만, 역시 그 기회들을 잘 살리지 못했다.
기회가 별로 없다보니 심적으로 영어에 대한 부담감도 좀 있었다.
차라리 한국에서 끝까지 개발자를 했으면, 상황이 조금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냥 정말 쓸데 없는 생각일 뿐이었다.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도무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IT가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할까.
나홀로 개발자를 해야 할까.
대학원을 가야 할까

결과적으로 초기 정착과 구직 활동으로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이대로는 아무 것도 안된다는 것을 결론 짓고 테잎을 찾아갔다.
테잎에서 Business Professional 코스의 마지막에 호주 회사에 일종의 인턴쉽을 제공하기 때문이었다.
인턴쉽이 취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때 필요한 것은 돈보다 로컬 경력이 필요했다.
(IT이민자가 이민 후 6개월내 취업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고, 대부분 1년~2년이라는 시간을 다른 일 + 구직 활동을 하다가 취업되는 편이다.)

수업은 호주에서 구직활동 방법, 이력서 & 커버레터 작성, 면접 연습등등 꽤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실습할 회사를 학교측에서 연결해주기 때문에 무엇보다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고, 운이 좋은 경우 (사실 대부분의 이 과정의 학생들이 실습한 회사에 취업되는 일이 많았다.) 취업으로 바로 연결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인턴쉽을 제공하는 회사를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학교의 Practical Placement 담당자에게도 몇번을 회사 리스트를 다시 만들어 보내줬는지만, 번번히 인턴쉽은 모두 거절되었다.
오라클에 Pro*C라는 조합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시 생각해보면 차라리 이때 Java로 인턴쉽을 했으면 더 좋았을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다가 실습도 못나가는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커져 갈때, 학교 담당자의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