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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2일 일요일

.호주 IT이민자의 애환 :: 4. 눈물의 잡오퍼를 받다.

1월초가 지나면서 다시 취업시장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나도 다시 구직활동을 재개했지만,
전화를 받고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고 반복되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비가 바닥이 보였고, 한국계좌에서 해외송금을 해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시장 상황이 비슷하다면, 시드니로 이사를 갈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시드니는 채용시장이 멜번보다 더 큰건 사실이니까,
채용되는게 급선무였다.

그렇게 방황하며 계속 구직 활동을 하고 있을때, 전화가 왔다.
보통 입사지원을 하고 나면, 언제 어떤 포지션의 어떤 회사에 지원을 했는지 별도로 기록을 남겨둔다.
그래야, 갑자기 전화가 왔을때 대응이 가능하다.

전화가 온 곳은 이틀전에 서류지원을 한 회사였다.
곧바로, 전화 면접이 치루어졌고, 담당자는 마음에 들었는지 면접일자도 잡았다.
아울러, 면접일전까지 Java와 DB를 사용해서 샘플 프로젝트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틀간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었다.
설계도 해야하고 구현도 해야하고 최대한 OOP와 DB의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MVC 기본 설계에 몇가지 디자인 패턴을 접목해서 도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서 제출했다.

샘플 프로젝트 때문에 시간을 다 뺏기다보니, 인터뷰 준비를 할 시간이 하나도 없었다.
대략적인 회사에 대한 리서치만 조금 하고, 인터뷰를 하러 가야 했다.
면접을 많이 해봐서, 사실 면접이 부담되지는 않았다.

이번 면접 동안 내가 보일 수 있는 강점은 기술적인 면에서 OOP와 대용량 Database 개발,
그리고 업무적인 측면에서 보험과 신용카드등의 금융 IT 경력 및 호주 로컬 경력
마지막으로, 그 회사의 IT시스템과 유사한 자산운용 시스템 구축경험이었다.

보통 회사 면접을 가면, 1시간 정도로 마무리가 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1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안 물어보고 갔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싶다.

나는 아무 준비도 안하고 찾아간 면접에서 4시간을 보내야 했다.
면접과 로직 테스트와 SQL테스트,
내가 제출한 샘플 프로젝트 프리젠테이션 및 리뷰까지 합해서 모두 4시간 동안 치루어졌다.

면접을 하는 동안, 내 이력서의 각 프로젝트별로 상세한 질문들을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인사 담당자 눈에는 SI경험 위주라서 약간 꺼려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SI도 했지만, A신용카드사에서는 4년 넘게 SM업무였고, 팀리더로 어쩌고 저쩌고....'
다행히, 인사 담당자는 인정하는 눈치였다.
다른 팀장도 추가 개발 및 시스템 유지보수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회사는 시스템을 계속 운영하면서 개발해야 하니까...

점심도 못 먹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녹초가 되어서 나왔다.
여기도 이러고 끝이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쉬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도 나는 취업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입사 지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제 4시간 면접을 본 회사에서 2명의 추천인 요청을 하는 전화가 왔다.
그것은 모든 것을 통과하고 마지막 검증 단계라는 뜻이었다.
손이 덜덜 떨리고, 흥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호주의 전직장 동료들에게 추천인 부탁을 하고, 추천인 연락처를 회사에 제출했다.
그 날은 시간이 늦어서 더 이상 진행은 되지 않았고,
공교롭게도, 주말이 되어서 나는 다음 월요일까지 애타게 기다려야 했다.

두 명의 추천인으로부터 나에 대한 검증이 끝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꿈만 같은 잡오퍼 전화가 왔다.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고, 전화를 끊을때쯤, 나는 감정에 복받쳐서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버닝스 한쪽 복도에 웅크리고 앉아, 나는 엉엉 소리내어 한참을 울었다.
호주에 와서 마음 고생한 순간 순간들이 머릿속에 지나가며,
이제 괜찮아, 이제 괜찮아 내 어깨를 두드리는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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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우리는 취업 기념으로 딸과 함께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하는 동안, 호주 전직장 매니저로부터 다시 잡오퍼 전화도 받았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다만,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고,
그 덕분에 제가 다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고, 내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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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해서, 날씨가 화창하게 좋은 어느 날,
나는 영국 금융회사의 IT자회사 정직원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